"일본에서 오래 살수록 외로움이 더 커져만 가는 것 같아요"
※ 이 글은 상담에서 자주 만나는 고민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사례입니다.
등장인물과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실제 특정 인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지연(가명)의 이야기
"한국에 있을 때는 일본에 가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줄 알았어요."
지연은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한국에서는 늘 어딘가 허전했습니다.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로웠고, 새로운 환경으로 가면 조금은 달라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너무 먼 외국은 좀 불안하고 내 힘으로 갈 수 있는 가까운 일본이라면 그래도 새로운 외국환경이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며 조금 더 행복한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처음 몇 달은 정말 그랬습니다.
잘 적응하려고 했던 내가 있었고
불안하기는 했지만 나름 모든 것이 신기했고, 설렜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한국인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일본에 오길 정말 잘했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내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친구도 자신의 일상에 바빠졌고, 예전처럼 제 이야기를 오래 들어줄 여유가 없어졌습니다.
특별히 싸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각자의 삶이 점점 바빠졌을 뿐이었습니다.
핸드폰을 열면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는 여전히 한국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나 일본간다고 아쉬워하던 친구들에게 처음의 나는 열심히 연락을 했습니다.
"꺄∼∼! 너무 반갑다 잘 지내?" 라면서 내 친구들 특유의 돌고래 비명 소리를 서로 지르며 너무 기쁘게 안부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 그러다 한 달에 한 번, 그리고 몇 달만에 한번...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는 나는
연락할 이유가 점점 사라졌습니다.
나를 뺀 친구들은 한국에서 함께 만나고,
사진을 올리고, 추억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말했습니다.
"우리 친구들 이번 주에도 다 같이 만나."
처음에는 나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야, 나 빼고 너무 자주 만나지 마." 장난처럼 던진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난 뒤, 나는 그러려고 하지 않았는데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내가 빠진 건데... 친구들이 날 뺀 게 아닌데...
그 후부터는 오히려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니 못하게 되는 내가 있었습니다.
가끔 친구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바뀌는 것을 봐도,
생일이라는 알림이 떠도,
나는 끝내 '축하해'라는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나 말고도 축하해 줄 사람이 많겠지.'
어느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외로워질수록 나는 남자친구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오늘 있잖아 내가 싫어하는 그 사람있잖아 나 그 사람 때문에 너무 짜증났어
들어봐 들어봐...나 지금 얘기 하고 있잖아 "
핸드폰을 보려하던 남자친구가 말했습니다.
"아 그만 좀 얘기해 왜 그렇게 징징대."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징징대는 게 아닌데...나는 이얘기를 해야 하는데... '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절망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연은 상담실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외로움은 무엇인가를 더 많이 가져서 채워지는 감정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사람을 붙잡고, 관계에 기대고, 바쁜 일상으로 자신을 몰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잠시라도 혼자가 되는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허전함이 다시 조용히 찾아오곤 합니다.
외로움은 단순히 '혼자 있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함께 느껴줄 사람이 없다고 느낄 때' 더 깊어집니다.
해외에서의 삶은 이런 마음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기도 합니다. 익숙했던 관계는 조금씩 멀어지고, 새로운 관계는 쉽게 깊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한 사람에게 나의 외로움을 모두 맡기게 되고, 그 사람마저 힘들어질 때 우리는 더 큰 절망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외로움은 누군가가 대신 없애 줄 수 있는 감정이 아닙니다.
외로움은 없애야 할 대상이라기보다, 내 마음이 오래전부터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내 자신에게 귀 기울여 달라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로움을 억지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을 안전하게 바라보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25년 이상 일본에서 생활하며 한국인들을 위한 심리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함께 나누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Mystory심리상담실 남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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